"… 태양아 너는 기브온 위에 머무르라 달아 너도 아얄론 골짜기에 그리할지어다 하매 태양이 머물고 달이 그치기를 백성이 그 대적에게 원수를 갚도록 하였느니라… 이는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을 위하여 싸우셨음이니라"(여호수아 10:12~14)
가나안의 중심부라 할 수 있는 아이성까지 함락되자 가나안 지경에 거하던 여러 족속들은 두려워 떨면서 대책을 강구하기에 이릅니다. 그 중 헷 사람과 아모리 사람, 가나안 사람, 브리스 사람, 히위 사람, 여부스 사람은 서로 동맹을 맺음으로 힘을 합해 싸울 것을 결의하지요. 한편, 살아남기 위해 몰래 이스라엘과 화친하려는 움직임도 있었습니다.
1. 기브온 거민들에게 속아 화친을 맺은 이스라엘
아이성을 점령한 후 에발산과 그리심산에서 하나님의 율법을 선포한 이스라엘 백성은 길갈에 진을 치고 다음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낯선 사람들이 이스라엘 백성의 진까지 찾아와서 화친을 요청합니다(수 8, 9장). 그들은 자신들이 심히 멀리 떨어진 지방에 사는 족속인데 여호와 하나님의 명성, 곧 애굽에서 행하신 일들이나 출애굽 후 타민족을 정벌한 모든 소문을 듣고 화친을 위해 찾아왔다고 말하지요. 그러나 그들은 길갈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온 가나안 일곱 족속 중 기브온 땅에 거하던 히위 족속 사람들이었습니다. 원래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가나안 땅의 거민들과는 어떤 약속도 하지 말고, 불쌍히 여기지도 말라고 하셨습니다(신 7:1~2). 그 이유는 가나안 땅의 타락한 풍속으로 인해 이스라엘이 죄악에 물드는 것을 염려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가나안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족속들이 이스라엘을 섬기며 싸우고자 하지 않을 때에는 그들과 화친해도 된다고 허락하셨지요. 그런데 지금 여호수아를 찾아온 사람들은 너무 멀리 떨어진 곳에서 왔기 때문에 처음 출발할 때 가져온 떡에 곰팡이가 생겼고, 포도주를 담은 가죽부대가 찢어졌으며, 옷과 신이 낡아 버렸다며 그 증거까지 보여 주는 것입니다. 이에 여호수아는 자세히 알아보지도 않고 하나님께 묻지도 않은 채 이들과 화친을 하게 됩니다(수 9:12~15). 지난번 아이성을 칠 때 하나님께 의뢰하지 않고 정탐꾼들의 말만 듣고 행했는데, 또다시 하나님의 뜻을 묻지 않은 채 사람의 말을 따르는 실수를 낳은 것입니다. 3일 후에야 그들이 기브온에 거하는 히위 족속인 줄 알았지만, 이미 화친을 맺은 뒤였습니다. 그 결과 앞으로 자신들이 정복해야 할 기브온 지역을 히위 족속에게 고스란히 넘겨주는 형국이 되고 말았지요. 비록 상대의 거짓말에 속은 것이라고는 해도 하나님 앞에서 맹세의 말로 화친하였기에 돌이킬 수가 없었습니다. 여호수아는 그들로 하여금 이스라엘의 종이 되어 나무패고 물 긷는 자로서 섬기도록 합니다(수 9:27). 혹자는 '상대가 의도적으로 속인 것이니 약속을 파기해도 되지 않느냐?'고 할 수 있겠지만 하나님 앞에서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우리가 누구와 약속을 했든 마찬가지입니다. 그 약속이 내게 유익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손해가 간다 할지라도 지켜야 합니다. 설령 상대가 속였다 할지라도 내가 실수해 속임을 당한 것이므로 임의로 약속을 파기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2. 기브온 사건이 주는 교훈
1) 범사에 하나님의 뜻을 깨달아 행해야 합니다 이스라엘은 기브온 거민과 화친을 맹세함으로 비록 고의적인 불순종은 아니었지만 "가나안 거민과 화친하지 말라" 하신 하나님의 명령을 어기고 말았습니다. 성급하게 화친을 맺기에 앞서 하나님의 뜻을 한 번 여쭈어 보기만 했어도 사람의 말에 속아서 잘못된 맹세를 하는 일은 결코 없었을 것입니다. 우리 역시 직장이나 일터에서 믿지 않는 사람들과 여러 가지 계약이나 거래를 할 때 때로는 악한 사람들이 자기의 유익을 좇아 고의적으로 속이려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하나님 말씀에 '남의 유익을 구하라'(고전 10:24) 하셨다고 무조건 상대에게 맞추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선을 좇아 행함으로 상대의 유익을 구해 주는 것과 속아서 피해를 입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눈에 보이는 사실만 가지고 생각이 동원되면 악한 사람의 의도를 깨닫지 못하므로 속을 수가 있습니다. 특히 큰 이익이 눈앞에 보인다면 더 쉽게 상대의 말을 믿어 버리기도 하지요. 그러므로 무슨 일이든 먼저 불같은 기도를 통해 하나님의 뜻을 깨달아 지혜롭게 분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욕심이 없는 선한 마음 가운데 성령의 주관을 받으면 하나님의 지혜를 얻으므로 상대가 속이려 할 때에도 성령께서 깨닫게 하시며, 또한 피할 길을 주시는 것입니다.
2) 입술의 말이 중요합니다 기브온 거민과 화친을 맺은 지 수백 년이 지난 후 다윗 시대에 기브온 사람들의 일로 인해 이스라엘에 재앙이 임한 일이 있었습니다. 3년 동안이나 계속되는 기근으로 다윗이 하나님께 기도하자, 이스라엘이 기브온 사람에게 한 맹세를 어겼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셨지요. 곧 다윗의 선대왕인 사울이 여호수아 시대에 기브온 사람들에게 한 맹세를 어기고 그들을 멸하려고 했기 때문에 그 보응으로 이스라엘 전역에 기근의 재앙이 임한 것입니다. 결국 기브온 사람들의 요청대로 사울의 후손 일곱을 죽인 후에야 기근이 그쳤습니다. 사사기 11장에도 보면, 이스라엘의 사사였던 입다가 암몬 자손과의 싸움을 시작하면서 하나님께서 그 싸움에 승리를 주시면 집에 돌아갈 때 처음 자신을 영접하는 사람을 하나님께 번제로 드리겠다고 서원합니다. 그런데 암몬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입다가 집에 돌아왔을 때 가장 먼저 그를 영접한 사람은 자신의 무남독녀 외동딸이었지요. 결국 입다는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사람의 생명을 거는 성급하고 경솔한 서원을 함으로 딸을 번제로 드려야 하는 고통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만약 그가 서원을 어기고 딸을 바치지 않았다면 자신의 말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해 사단의 송사를 받음으로 딸을 잃은 것보다 더 큰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만큼 말의 권세가 큰 것이요 심지어 사람을 죽이고 살릴 권세까지 있다는 사실입니다(잠 18:21). 우리는 항상 입술을 삼가 조심함으로 결코 사단의 송사를 받을 만한 말을 내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성급하게 맹세하는 말뿐만 아니라 불평이나 원망, 혹은 부정적인 말이나 다른 사람을 판단 정죄하는 말을 비롯해 모든 무익한 말을 버리고 오직 진리의 말, 선한 말만 내어 하나님 앞에 기쁨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3. 태양과 달을 머무르게 한 기적의 사건
이스라엘과 화친을 맺은 기브온은 왕도(王都)와 같이 크고 용사들도 강한 성읍이었습니다. 그러한 기브온조차 살아남기 위해 이스라엘과 화친했다는 소식은 주변 가나안 족속들에게 신속히 알려졌고, 그들을 두려움으로 몰아넣었습니다. 더욱이 기브온 지역의 저항이 없어짐으로 이스라엘 군대는 신속히 진군할 수 있게 되었지요. 이에 기브온 주변에 거하는 아모리 족속의 다섯 왕들은 연합군을 결성하여 기브온을 공격합니다. 연합군의 기세에 밀린 기브온 거민들은 즉시 사람을 보내어 이스라엘의 지원을 요청하지요(수 10:6). 이스라엘은 하나님께서 함께하시므로 지체하지 않고 한 밤 동안 신속히 이동하여 아모리 왕들을 급습합니다. 아모리 족속의 연합군은 제대로 대항해 보지도 못한 채 이스라엘 군대에 패해 도망치기 시작했고 이스라엘은 그들을 추격하지요. 이때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을 위해 놀라운 일을 베푸십니다. 이스라엘의 추격에 도망하던 아모리 족속이 벧호론의 비탈에서 내려갈 때에 갑자기 하늘에서 우박이 떨어진 것입니다. 우박에 죽은 자가 칼에 죽은 자보다 많았지요(수 10:11). 믿을 수 없는 광경에 감탄도 잠시, 이스라엘은 아직 남아 있는 적군을 추격해야 했습니다. 날이 어두워지면 달아나던 적군들이 숨기 쉬워지므로 해가 지기 전에 서둘러 싸움을 마쳐야 했던 것입니다. 어느덧, 해질 무렵이 다 되어 벌써 동편으로는 달이 보이기 시작했지요. 순간 여호수아는 하나님의 명령을 온전히 수행하기 위해 놀라운 믿음을 내보입니다. "태양아 너는 기브온 위에 머무르라 달아 너도 아얄론 골짜기에 그리할지어다"(수 10:12) 여호수아가 명하자 하나님께서 그의 말을 보장하셔서 해와 달이 멈추었습니다. 상식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전능하신 하나님의 능력으로는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지요. 이처럼 하나님의 섭리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시점에서 하나님의 자녀들이 영적인 믿음을 내보이기만 한다면, 해와 달을 멈추는 것 이상의 놀라운 역사라도 하나님께서는 능히 나타내 주실 수 있는 것입니다. 해가 멈춘 동안 적군을 진멸하고 아모리 족속의 다섯 왕을 다 죽인 이스라엘은 계속 전진해 가나안 땅의 남부 지역을 점령하게 됩니다(수 10:41~42).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여호수아가 자신의 생각과 이론을 동원했을 때에는 사람에게 속임을 당하고 실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오직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고 그 뜻에 순종했을 때에는 해와 달을 머무르게 하는 놀라운 하나님의 역사가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우리도 오직 전능하신 하나님을 바라보고 긍정적인 믿음의 고백과 함께 믿음의 행진을 해 나간다면 범사에 형통한 길로 인도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기도와 말씀으로 무장하여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며, 그 뜻에 순종함으로 항상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복된 삶을 영위하시길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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