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이 착하기도 하려니와 불꽃 같은 눈으로 인간의 내면까지도 감찰하시는 하나님께서 자신을 보고 계신다는 믿음을 가지고 정직하고 충성스럽게 생활하였기에 오래지 않아 주인의 눈에 띄게 되었고, 크게 인정도 받아 「보디발」 장군 집의 가정 총무로 발탁되어 착실하게 하루 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어언 10년의 세월이 흘러 스물 일곱쯤 되었을 즈음 용모가 준수하고 아담한 청년 요셉을 은밀하게 유혹하는 여인이 있었으니 그 여인은 다름아닌 그 집 주인 보디발 장군의 아내였다. 눈짓을 하며 동침하기를 요청하는 그 여인에게 “내가 어찌 이 큰 악을 행하여 하나님께 득죄하리이까”라고 하며 분명한 거절의 뜻을 표시하였지만 끈질기게 유혹이 계속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운 나쁘게도 그 큰 집 안에 요셉과 그 여인 단 둘만이 있게 되었고 그 여인은 아예 노골적으로 요셉의 겉옷자락에 매달리며 동침할 것을 요청하게 되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요셉은 이런 상황 속에서는 말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그 자리에서 도망을 치게 되었다.    

이런 와중에 요셉의 겉옷은 그 주인 여자의 수중에 들어가게 되었고, 이 여인을 눈 멀게 한 사랑은, 순간적으로 질투와 증오로 바뀌면서 자기 수중에 있는 요셉의 겉옷을 증거물로 하여 요셉이 자기를 겁간하려 했는데 자기가 소리치는 바람에 놀라서 그 옷을 버려두고 도망했노라고 온 집안에 헛소문을 내고, 저녁에 직장에서 돌아온 남편 보디발 장군에게도 거짓 증거를 하게 된다.    보디발 장군은 의분을 느끼게 되고 따라 「확실한 증거물」을 내보이는 아내의 설명에 앞뒤 가릴 것 없이 요셉을 잡아 정치범만 들어가는 무시무시한 감옥으로 보내게 된다. 이 때 보디발이 조금만 더 신중하고 지혜로웠다면 요셉을 감옥으로 보내지는 않았으리라.

      성서에 나와 있는 위의 이야기가 요즈음 나의 머리 속을 계속 맴도는 것은 아마도 「확실한 증거」를 내세우며 특정 단체들을 일방적으로 몰아치는 언론의 거대한 능력(?)을 보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언론매체의 지대한 영향력을 일찍이 간파하였기에 언론을 「무관의 제왕」이라고까지 하지 않았던가.

   이렇듯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 같은 시련 속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으니 영향력의  크기가 크면 클수록 그만큼 더 신중하고 더 지혜로워야 되지 않을까 싶다.

    지혜의 왕으로 소문이 난 솔로몬의 유명한 재판이 있다.

    두 창기가 삼 일 간격으로 각각 아이를 낳았는데 워낙 비좁은 방에서 기거를 했기 때문인지 한밤중에 잠결에 한 창기가 자기 아이를 짓눌러 그 아이가 죽어버리고 말았다. 놀란 이 창기는 가만히 일어나 죽은 아이를 잠들어 있는 여인 쪽에 누이고 다른 창기의 살아 있는 아이를 자기 품에 안고 잠을 잤다. 물론 그 이튿 날 이 두 여인은 서로 살아 있는 아이가 자기의 아이라고 주장을 하게 되고 이 싸움은 급기야 솔로몬 왕에게까지 와서 재판을 받게 되었다. 서로 살아 있는 아이가 자기 아이라 우기는 두 여인에게 서슬이 시퍼런 솔로몬 왕이 판결을 내린다. “산 아들을 둘로 나누어 두 여인에게 나눠 주라”고.   그러자 한 여인은 공평하신 판단이라며 빨리 살아 있는 아이를 둘로 쪼개어 달라고 하고, 또 한 여인은 가슴이 미어지는 슬픔을 느끼며 “청컨대 저 살아 있는 아들을 저 여인에게 주시고 아무쪼록 죽이지 말아 주십시오”라고 강청을 하게 된다.

      이렇게 어린이가 던진 돌에 개구리도 상처를 받을 수 있거늘, 하물며 「무관의 제왕」의 손에 들려진 칼날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을 수 있겠는가? 당하는 쪽에서는 물론 고통이 따르고, 때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결국 진실은 밝혀지게 되어 있으니 소망중에 즐거워하는 것이 최상의 태도가 아닌가 싶다.

   마치 「확실한 증거물」 때문에 요셉이 감옥에 가서 억울한 옥살이를 3년이나 했으나 그것이 바로 애굽의 국무총리가 되는 첩경이 되었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