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지구는 돈다”

글· 정 구 영 권사
(전 서울여대 총장)

두 명의 수도승이 같이 여행 길에 나섰습니다. 한참을 가다 보니 물살이 제법 빠른 강가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어여쁜 젊은 여인이 그 강을 감히 건널 생각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습니다.

이를 본 두 명의 수도승 중에서 탄잔이라는 이름을 가진 수도승이 그 여인을 가슴에 안고 조심조심 강을 건넜습니다. 그 여인은 고맙다는 감사의 말을 한 후 총총이 자기 갈 길로 사라졌습니다.

두 명의 수도승도 다시 갈 길을 재촉하며 걷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때부터 생겼습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같이 가던 동료 수도승이 입을 꽉 다문 채 무엇이 그렇게 기분이 나쁜지 안색까지 변한 모습으로 간간히 탄잔이라는 수도승을 경멸하는 눈초리로 흘겨보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불편한 분위기 속에서 목적지에 이르렀을 때, 이제는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이 동료 수도승이탄잔을 쏘아보며 따발총같이 퍼부어대기 시작했습니다.

“이봐, 우리는 수도승이야, 우리 계율에 여자를 가까이 하지 말라고 했는데 자네는 어찌하여 예쁜 여자를 가슴에 품을 수가 있단 말인가? 이러고도 자네가 감히 수도승이라 할 수 있겠는가?” 이런 질책에 대해 탄잔은 조금도 동요됨이 없이 이렇게 대답을 했다고 합니다.

“이보게, 나는 그 여인이 강을 건넌 후 내려 놓았을 때 이미 내 가슴에서 떠나 보냈다네. 그런데 자네는 아직도 그 여자를 떠나보내지 못하고 가슴에 품고 있는가?”

정작 계율을 어기고 있는 자가 누구인지를 극명하게 보여 주는 이야기라 하겠습니다.

홀아비인 어떤 사람이 수도원에 들어가기로 작정을 하자, 그의 외동딸도 남장을 하고 아버지를 따라 수도원에 들어갔습니다. 그녀의 부지런하고 정직한 성품이 수도원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었습니다. 거기다가 요리까지 잘하니 여러 사람의 사랑을 듬뿍 받았습니다. 그녀를 남자라고 굳게 믿고 있는 수도원장은 그녀를 절대적으로 신임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어느날, 수도원장은 그녀를 다른 두 명의 수도사와 함께 물건을 사러 보냈습니다.

시장과 수도원은 멀리 떨어져 있었기에 물건을 사러 나갈 때면 늘 수도사들이 묵는 여관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관 집 딸이 어떤 군인과 불륜의 관계를 맺어 임신까지 하게 되었으나, 그 군인은 모른 척 하고 맙니다. 다급해진 여관 집 딸은 자기 아버지에게 마침 그곳에 머물게 된 미남 수도사가 자기를 범했다고 거짓증언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녀가 시장에서 돌아오자 여관 주인에게서 이미 소식을 들은 수도원장은 호령호령하며 수도원에 수치를 안겨 주었다는 이유로 울며불며 용서를 구하는 그녀를 쫓아 내버리고 말았습니다. 누구든 발각되면 수도원에서 쫓겨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더 나쁜 죄에 빠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에 묵묵히 그 죄를 뒤집어 쓰고 용서를 빌었던 것입니다.

그녀는 수도원 대문 앞에서 거지처럼 살면서 지나다니는 모든 수도사들에게 절하며 불쌍한 죄인을 용서해 달라고 빌었습니다. 여러 해가 지나서야 수도원장이 그녀를 용서하고 수도원에 다시 들어올 수 있도록 허락을 해 주었으나 여러 사람들의 멸시를 받으며 하찮은 일만 하다가 세월이 흘러 마침내 세상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결국 그녀가 죽어서 장사 지내기 위해 그녀의 몸을 씻기게 되었을 때 사람들은 비로소 여자였다는 사실과 다른 사람의 죄를 평생 동안 뒤집어 쓰고 살았음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위의 두 이야기에서 볼 수 있듯이 세상을 살아가노라면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사실과 진실과는 상당히 괴리가 있는 경우가 종종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골리앗을 죽임으로 나라를 구한 다윗은, 오히려 절대 권력자로 군림하고 있던 사울 왕의 추격을 받으며 마치 대역무도의 큰 죄나 지은 것처럼 하루 이틀도 아닌 오랜 세월을 추방자요, 방랑자로 보내야만 했습니다.

그러면 요셉은 어떠했습니까? 하나님 뜻대로 살고자 했던 것이 오히려 성폭행범으로 몰려서 수년 동안 치사한 죄목으로 깊은 감옥에서 살아야만 했습니다.

또한 다니엘은 어떠했습니까? 교묘하게 함정을 파고 마치 다니엘이 왕을 우습게 여기는 파렴치한 사람처럼 몰고 가지 않았습니까?

탄잔이라는 수도승이나, 남장을 하고 아비를 따라 수도원에 들어 갔던 여인이나, 다윗, 요셉, 다니엘 등은 자기 유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할 수도 있다는 세상의 많은 사람들과는 근본적으로 삶의 지향점이 달랐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다 몰라 준다 해도 나를 쓸 만한 자녀로 다듬어 가고 계시는 하나님, 그분은 아시니 그것으로 족하다는 생각을 가졌었기에 그토록 흔들림이 없는 멋진 삶을 살 수 있었습니다.

예수께서 부활 승천하시고, 불 같은 성령이 임하자, 그리스도인의 숫자가 불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 유대 지도자들은 크게 위협을 느끼게 되고 핍박의 고삐를 조이며 베드로를 잡아 예수의 이름으로 말하지도 말고 가르치지도 말라고 위협도 하였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교회는 어떻게 대처했습니까?

“주여 이제도 저희의 위협함을 하감하옵시고 또 종들로 하여금 담대히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게 하여 주옵시며 손을 내밀어 병을 낫게 하옵시고 표적과 기사가 거룩한 종 예수의 이름으로 이루어지게 하옵소서 하더라”(행 4: 29-30)

만민중앙교회 창립 20 주년을 맞으며 지난 세월들을 되돌아보니 감개가 무량합니다. 수없이 오해를 받으며 아픔의 세월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믿음의 선진들을 한 사람 한 사람 다듬으신 그 솜씨로 하나님께서 60억을 품는 넓은 가슴을 소유한 교회로 빚어가시는 섬세한 손길이었음을 알기에 감사가 넘칩니다.

사도행전 4장 29-30절의 기도가 우리의 기도였으며 하나님께서는 신실하게 응답해 주셔서 오대양 육대주가 좁다 하며 하나님은 전능한 창조주이시며, 예수 그리스도가 왜 우리의 구세주가 되시는지? 어떻게 하면 하나님의 사랑받는 참자녀가 될 수 있는지를 전하는 교회가 되었으니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갈릴레오가 지동설이 성경과 모순된다는 이유로 이단 심문소로부터 몇 차례 경고를 받고 나오면서도,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하지 않았던가요. 세상이 요란하고 말도 많지만, 그래도 하나님께서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하나님의 사람들을 통해 하나님의 뜻을 이루고 계신다고 감히 고백을 드립니다.